이유 있는 여행,
겨울바다로 떠나다.






글·최현지 편집·성림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작년 이맘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 그 겨울, 유난히도 추웠던 그 때를
추억하며 스물다섯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나는 겨울이 되면 꼭 바다로 떠난다. 보통의 사람들은 여름 바다로 떠나기 마련인데, 나는 겨울 바다를 더 사랑한다. 이유인 즉, 여름바다는 혼자 놀 수 없고, 사람이 지나치게(?) 많이 모여들고, 고요한 풍경을 담을 수 없고, 고독을 즐길 수 없으며,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여행’의 목적과 의미가 어정쩡한 위치가 된다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겨울바다는 추운 날씨로 소수의 사람들이 바다를 감상하고, 혼자 놀기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으며, 바다 자체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을 수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한 해를 바다와 같이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만한 이유라면 겨울바다를 사랑하는 이유가 타당하지 않은가! 그래서 작년과 더불어 올해도 어김없이 바다로 떠난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람에 맞서 떠났던 2012년 겨울의정동진,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해운대로 떠나고 있다.





‘고요함 속 빛나는 그 곳’
정동진






작년 이맘 때 떠났던 정동진. 이른 새벽, 무궁화 열차를 타고 무려 5시간만에 도착했던 그 곳. 어렴풋이 a.m 6:00 도착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쉽게도 예상과 다르게 비가 와서 기대했던 일출을 볼 순 없었다. 하지만 아쉬운 대로 오후쯤에는 날씨가 풀려 찬란한 바다 위 태양을 바라보며 한해를 뜻 깊게 정돈했던 걸로 기억한다. 대체로 바다를 보기 위해선 먼 거리의 바다를 떠올리지만, 그에 비해 정동진은 넓은 바다가 펼쳐진 정동진 역에 도착한다. 정동진역은 동해남부선, 삼척선, 영동선 모두 동해안을 따라 달리는 철도 노선으로, 이들 노선의 기차역들 중 해안 가까이에 있는 역들이 많지만, 정동진역처럼 해안에 바싹 붙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또한 17년 전의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이 곳은 고요하고 한가로운 어촌 마을이자, 관광지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바다여행 장소이다. 특히 정초에 새해 일출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로 이곳 넓은 해변과 역사 주변이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 내가 여행했던 이맘 때, 그 곳은 흐리고 비 오는 날씨였는데,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찻길과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담소를 나누며, 가슴 두근대는 겨울 여행을 만끽하고 있다.





그때를 되짚어보면, 파도와 바람이 거세지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 실내로 자리를 옮기는 틈에 나는 친구와 함께 고요한 바다를 사진 속에 담고, 모래사장을 놀이터 삼아, 젖은 모래를 노트 삼아 이런 저런 글씨도 새기고, 모레시계공원을 산책하면서 내가 사는 지방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고요하면서도 우아한 정동진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표현해서 정동진은 ‘고요함 속의 빛남’이라 표현할 수 있는 여행지다.

겨울바다엔 많은 사연들이 있고 그 이야기엔 다양한 맛들이 담겨져 있다. 사랑을 시작한 커플들의 달콤한 여행, 이별의 아픔을 치유하기위한 씁쓸한 여행, 일상을 주체하지 못하고 떠나온 매콤한 여행, 친구들과의 짭짤하고 유쾌한 여행 등 수많은 사람들의 관계와 사연들을 상상할 수 있다. 단순한 물놀이가 아닌, 이유 있는 여행, 나에게 겨울 바다는 그런 의미다.





‘영화의 거리, 청춘의 거리’
해운대






여름 바다하면, 떠오르는 곳, 해운대! 그러나 겨울엔 사람들의 인적이 드물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하게 바다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오히려 여름보다 더 알찬 해운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작년보다 추위가 보름 정
도 빨라 올해는 좀 더 이른 여행이 시작되었다.





a.m 11:00 무궁화호 기차를 탄다. 나는 무궁화호 기차가 참 좋다. 특히 여행이라면 무조건 단 1분의 망설임도 없이 표를 끊는다. 급하게, 시간을 정해두고 떠나기보다,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조급함을 버리고, 여행을 떠난다. 그래야, 여행이 끝날 쯤에, 많은 것을 담아올 수 있다. 채워진 게 많으면, 다시 채우기 힘들기 마련. 버릴 것은 버리고, 다시금 채울 수 있는 마음을 준비해서 여행을 떠난다. 부산 역에 도착한다. 당연 정동진역과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 도심 속에서 또 다른 장소를 찾아 버스를 탔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바다가 보이는 건널목’으로 불리는 미포건널목. 영화 해운대와 CF촬영지로 유명한 이 곳에선 푸른 바다와 드넓은 하늘, 그 사이의 철길과 골목의 감각적인 풍경들을 담을 수 있다. 도착할 쯤이 해질 무렵 전이었다. 그 무렵, 저 먼 수평선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나는 도착하자마자, 무작정 달렸다. 참 오랜만에 바다 풍경에 반해서, 나도 모르게 바다 쪽으로 향했다. 아직, 내 안의 감성이 살아있구나, 왠지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떨림이 없다면, 그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아직 나는 ‘청춘’이고 지금 내가 달리는 이 곳은 바로 청춘의 거리다.



아쉬운 소식 하나. 곧 이설되는 동해 남부선(동해바다를 따라 남쪽지방을 달리는 기찻길).올해 12월을 마지막으로 미포의 달리는 기차를 볼 수 없다고 한다. 추억의 장소가 사라진다는 것, 그리워도 볼 수 없음이 얼마나 아픈 일인지 알고 있다. 참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아파하지 않는다. 그 자리, 그 순간의 가슴 떨림과 손 시림, 아름다웠던 그 시간을 기억한다. 사진과 영상으로도 담았다. 언젠가 세월이 흘러 청춘의 시기가 잊어질 쯤, 다시금 꺼내어 볼 수 있는 순간들을 살포시 간직한다. 참 아름다웠다. 잊어지지 않는다. 해질 무렵, 저 먼 바다로 이어지는 수평선, 그 위로 태양이 있다. 스물다섯, 나의 청춘이 끝나난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다시금 떠오를 청춘을 위해 활짝 웃어본다. 올해의 마지막 찬 바다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아일랜드 시인이자, 소설가 오스카와일드가 말했다.


‘젊은이들은 별 이유없이 웃지만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가진 가장 큰 매 력 중의 하나이다.’


젊을 때 웃어야지, 그래야 더욱 웃음과 기쁨이 빛나기 마련이다. 요즘 청춘들은 왜 그 쉽고 좋은 매력을 발산하지 않는 걸까... 어렵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여행도 마찬가지인데, 떠난다는 것. 어렵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가장 쉬운 일이다. 그냥 ‘웃으며 떠나면 되는 것’이다. 그 것이 바로 이유 있는 여행의 시작이자, 결말이다.
‘웃으며 떠났다가, 웃으며, 돌아오는 여행’ 그 것이 나의 ‘겨울여행’이다.


또 다른 시인 롱펠로우가 말한다. ‘청춘은 우리의 인생에서 단 한번 밖에 오지 않는다.’
나는 답한다. ‘나는 인생에서 단 한번 뿐인, 빛나는 청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라고 말이다. 믿고, 즐기라. 그럼 행복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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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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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성호랑이 2014.02.03 07: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해운대 맛집도 많지요-! 행복한 하루되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