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을 위한 사사로운 첫 번째 상식 #1




글 무지랭이 캘리 은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대화다. 찜찜해도 어쩔 수 없다. 혈액형으로 성격을 분류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증명된 적이 한 번도, 단 한 번도 없음에도 일본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에 널리 자리 잡은 신기한통념은 좀처럼 사그라지기는커녕 패션, 책, 채용, 웹툰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을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 2006년 9월 3일 신세계 백화점 본점 한 여성 의류 쇼핑몰 주최 커리어우먼 3색 패션쇼





2004년 대전 농협 중앙회 한밭 사업단 공제보험 담당직원

20명을 채용하면서 혈액형을o형과 B형으로 제한한 공지 글.








1. 혈액형 성격학 연혁



1883년, <우생학>의 창시자 영국의 F.골턴
건전한 자질을 가진 인구의 증가시키고 열악한 자질을 가진 인구를 제한하자 주장.

→ 혈액형으로 성격을 규정하는 방법의 배경.


19세기 말, 독일의 빌헬름 2세의 <황화론>
황화론(黃禍論, 아시아인이 유럽에 해를 끼친다는 주장) 유럽인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A형과 O형에는 긍정적인 내용이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B형과 AB형은 ‘덜 떨어진 인종’으로 규정한 것이 주된 내용.

→ 이를 바탕으로 나치의 인종 학살이 이뤄짐


1927년 <혈액형 성격학>, 후루카와 타케지

(1891~1940,동경 여자고등사범학교(현 오짜노미즈 여자대학)의 교수)
주변 사람 '319명'을 조사하여 <혈액형에 의한 기질 연구>를 발표
→ 유럽에서 시작 된 우생학은 일본에서 혈액형 성격학으로 변신


1970년대, <혈액형 인간학> 발간
생물학자도 심리학자도 아닌 방송작가 출신의 노미 마사히코의 저서 현재 자리 잡은 혈액형 성격학의 시초. 이후 아들 노미 도시타카에게 계승되어, 이들 부자가 쓴 혈액형에 관한 책만 무려 100여권.











2. 혈액형 성격학이 잘못된 이유

_ 과학적 근거 없음



혈액형과 성격이 관련 있으려면 성격을 지배하는 유전자와 혈액형의 유전자가 관련돼 있다는 것부터 증명되어야만 하는데 혈액형의 유전자가 위치해 있는 곳 어디에서도 성격을 나타내는 유전자를 찾아볼 수 없음. ABO식 혈액형 구분법은 500여 가지 혈액형 분류법 중 하나에 불과함. 혈액과 성격이 연결이 된다면 그 구분법도 혈액형 분류법 만큼 많은 것이 옳을 것.혈액형별로 성격이 나뉜다면 페루 인디언은 모두 성격이 같음?
혈액형의 통계 비율의 차이는 인구 집단의 이동과 관련. 폐쇄된 환경의 민족일수록 특정 혈액형이 높음.






혈액형 성격학에서는 연예인을 하려면 특정 혈액형이 유리하다고 하였지만. 아쉽게도우리나라 연예인의 분포도는 일반인의 혈액형 분포와 거의 흡사.
혈액형 관련 책들의 근거는 비논리적 통계에 불과후루카와 타케지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혈액형과 관련한 책들의 주장은 모두 대상과 근거가 객관적이지 않은 통계에 기초하거나 주관적인 주장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음. 즉, 카더라 통신과 다르지 않은 내용.












3. 그런데 왜 우리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혈액형 성격학을 믿게 된 걸까?


3-1. 여러 가지 심리적 분석들


1) 바넘효과(Barnum effect) : 착각에 의해 주관적으로 끌어다 붙이거나 정당화하는 경향. _사람들은 보통 막연하고 일반적인 특성을 자신의 성격으로 묘사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특성이 있는지의 여부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으로 믿으려는 경향이 있음. 특히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좋은 것일수록 강해짐.


2) 자기 충족적 예언 : 인정과 만족이 가져오는‘ 자기 암시’의 위력


3) 선택적 사고 :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상. 대체로 혈액형별 성격의 표현은 다양. 그 중에 몇 가지는 선택 가능한 내용. 따라서 막연히 자기의 성격을 짚어내고 있다고 믿게됨.


4) FBI 효과 : 두루뭉술하게 적어놓은 성격을 마치 자신의 것인양 생각하는 것.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혈액형의 특징을 보고 맞춰 보는 동안 그것은 인지하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는 현상.





3-2. 거대한 흐름의 대중 현상


혈액형 성격학은 ‘거대한 대중현상 대중이 수용하는 일종의 문화현상이 되어버린 혈액형 성격학은 과학적 유무와는 관계없는 신앙과 같은 믿음으로 자리 잡음. 부적을 쓰고, 점을 치는 것과 같이 과학적 근거는 중요하지 않은 절대적 믿음의 문화현상이 되어버림.





3-3. 일본과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만 열풍인 이유는?


집단과 차별의 향연 _우생학의 고향인 유럽에서‘ 혈액형 성격학’은 발조차 붙이지 못함. 프랑스와 벨기에 등 일부국가에서 연구가 진행 되었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사그라짐. 그럼에도 일본과 한국에서만 유독 혈액형 성격학에 대한 믿음이 널리 퍼진 것은 집단적 사회분위기와 피를 기반한 사회관계에 있음.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집단에 익숙하고 자신을 밝히지 않는 것에 익숙해 외부로부터의 자기규정에 쉽게 동의하는 편이라고 함. 특히 혈액형은 타인을 규정하고 분류할 때 매우 단순하면서도 편리한 도구로서 기능함으로 끊임없이 타자와의 관계를 고민하는 일본과 한국의 집단 문화에 쉽게 접목 가능.




3-4.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


"혈액형별 스토리텔링은 각 장르에서 단일한 컨텐츠가 이용되는 즉 원소스 멀티유즈 추세를 잘 보여준다. 이때 소스의 핵심이 스토리텔링인데 혈액형 스토리텔링은 영화 CF TV프로 다이어트요법 책 애니메이션 가요 등으로 활용되어 다양한 문화컨텐츠의 전략이 되고 있다. (중략) 혈액형에 따른 성격분류를 과학자들은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통계적으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혈액형 점 혈액형 심리테스트등을 무시할 수 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문화산업과 스토리텔링(최혜실, 2006) - 혈액형의 스토리텔링 中











4. 혈액형으로 성격을 분류하는 게 뭐가 어때서 그래?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여전히 사람들은 토템과 샤머니즘을 포기하지 않는다. 뭐 어떤가 내가 믿겠다는데 그것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사회는 다르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기나긴 가뭄을 이겨내기 위해 살아있는 사람을 제물삼아 기우제를 지내는 짓을 한다면 끔찍하지 않겠는가?



혈액형 비즈니스: 인간관계의 새로운 발견 (이미영, 2004)
혈액형 인간학: 알아두면 삶이 더욱 행복해지는 상성(相性)의 과학(노미 마사히코)
음주 운전자의 혈액형 분포 비율 검토 (한국법과학회, 2005)
혈액형이 사랑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가?:
혈액형별 사랑유형과 연애태도 특성 (한국심리학회, 2006)
투기종목 선수들의 혈액형별 경기력 특성과 스포츠 상해유형분석(한국스포츠리서치,2005)



과학적인 근거는커녕 하나의 일관된 내용으로 정리조차 되지 않는 혈액형 성격학이 단지 많은 사람들에게 통용된다는 이유만으로 책으로 영화로 웹툰으로 심지어 학술 논문에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사람들은
그렇게 나온 내용들을 다시 믿는다. 사람들이 믿어주니 돈벌이가 되고, 그렇게 혈액형은 강고한 편견이 되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다.


개인의 무식은 부끄러움에 그치지만, 사회의 무지는 야만을 부른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혈액형 성격학의 문제가 여기에 있다‘. 유사학’과‘ 통계 조작’을 바탕으로 한 혈액형 성격학을 사회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당장이야 그저 좋은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겠지만, 이것이 그저 그렇게 사회의 기준이 될 때 우린 다시금 야만의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나치의 인종청소가 그렇게 시작되었고, 관동 대학살의 이면에 그것들이 있었다. 그러니 스무살 쯤 되었다면 처음 본 사람에게‘ 혈액형이 뭐예요?’라고 묻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부끄러운 짓인지 정도는 알고나 해야 하지 않을까?




<참고자료>
그것은 앓기 싫다.(딴지일보 팟캐스트, 2013. 29b)
혈액형의 진실(SBS 스페셜, 2006)
기타 폭풍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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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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