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괴담

글 고운




“우리 집에 낯선 사람이 숨어 살고 있다...?

사실 아무도 없는데 영화 숨바꼭질 뺨치게 소름끼치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독거괴담”





없어지는 물건 1 / 양말
언젠가부터 A양의 자취방에서는 한 달에 한 짝씩 양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양말이 사라지자 A양은 방을 샅샅이 뒤지며 없어진 양말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양말은 방 안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을 듣기 위해 방을 나서던 A양은 무심코 방 안을 둘러보다 한 곳에서 시선이 멈췄다. 그 곳에는 그토록 찾아 헤맸던 양말 한 짝이 방구석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혹시 방 안에 다른 차원이 존재해서 양말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건 아닐까.




없어지는 물건 2 / 휴대폰
자취를 하는 B양의 방에는 시계가 없다. 그녀는 오로지 휴대폰 시계에만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화창한 일요일 오후,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바쁘게 나갈 준비를 하던 B양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화장대 위에 올려놨던 휴대폰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고 손에 닿는 곳은 다 찾아봤지만 휴대폰을 찾을 수가 없었다. 순간 그녀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휴대폰을 찾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B양의 폰으로 전화를 걸어줘야 하는데, 이 방 안에는 B양 혼자뿐이었기 때문이다.




한밤의 고양이 울음소리
C군은 자취를 시작한 이후로 하루도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밤마다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잠을 설치기 때문이다. 그 울음소리는 다른 고양이 소리와는 다르게 어딘가 사람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 그 날 밤도 C군은 공포에 떨며 애써 고양이 소리를 무시하고 있었다. 힘겹게 잠이 들려던 찰나, 또 다시 들려오는 고양이 소리에 C군은 용기를 내어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고양이는 없었다. 대신 맞은편 자취방 창문이 열려 있었는데, 그 방에서는 암컷과 수컷 한 쌍이 동물의 왕국을 찍고 있었다.



바퀴의 저주
D군은 평소에 자취방에 바퀴벌레가 등장하면 바로 잡아서 변기에 던져 넣기로 유명했다. 바퀴벌레를 극도로 혐오했으나 이상하게도 그는 청소를 자주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 일과를 끝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D군은 방 안의 전등을 켜기 위해 스위치 위로 손을 가져갔다. 순간 느낌이 이상했으나 기분 탓이려니 하고 방 안에 불을 밝힌 D군은 순간적으로 보인 까만 점들을 보고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바닥에서 서너 마리의 바퀴벌레들이 빠른 속도로 숨을 곳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 열어주지 마...
최근에 자취를 시작한 E양은 이웃에 사는 친구와 함께 방 안에서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러던 중, 현관문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E양이 문을 열어주러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친구가 겁에 질린 얼굴로 E양을 붙잡았다. 친구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는 게 위험하다고 E양을 말렸지만, 그녀는 끝내 현관문을 열어줬다. 그리고 현관문이 열리는 그 순간, E양은 자신의 머리 위로 물이 한 바가지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E양에게 물을 쏟아 부은 낯선 사람은 이 한 마디를 남기고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 “세례 하는 겁니다.” 사이비에서 E양을 구원하기 위해 친히 세례를 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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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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