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체를 만나다

 - 무빙아트웍스, 대표 박준창



100여 명 쯤 될까.
대구 중구 2.28공원엔 그날따라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야외 전시장에선 버스킹 밴드들의 공연이 이어졌고 공원 곳곳에는 각종 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아이들은 부대 행사로 마련된 후딱후딱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줄을 서있었고 연인들은 서로 손을 잡은 채 만화 산수화와 조형물들을 감상했다. 9월 8일, 이 날은 무빙아트웍스의 5번째 무빙갤러리인 ‘모두의 전시’가 행해진 날이었다. 이름(moving art works)처럼 길거리 전시를 주로 하는 무빙아트웍스는 대구의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빌려와 대중들에게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지역 예술가와 대중의 문화적 교류 촉진을 기획하는 신진 단체다. 올해 29살의 박준창 대표는 영남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원래 꿈은 화가였지만 비싼 갤러리 대관료 탓에 작품 전시도 제대로 못하는 후배들을 위해 지금은 서포터로 꿈을 바꿨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울리던 그의 핸드폰만큼이나 바쁜 그를 9월 12일 2.28 공원 앞 커피숍에서 만나 무빙아트웍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무빙갤러리가 끝났는데 아직 바쁘신가 봐요?
‘ 모두의 전시’ 무빙 갤러리를 했을 때 안동에서 오신 관계자 분이 우연히 보시고는 따로 연락이 왔어요. 그 분이 모레 안동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셔서 고민 끝에 받아들이고 지금은 행사 준비를 하느라 조금 바쁘네요. 하하.





지난 주에 5번 째 무빙 갤러리를 개최하셨는데 어떤 행사였나요?
대구엔 미대생이나 취미 미술인 등 신진 작가들이 많은데 자기 작품을 알리고 홍보할 곳은 정말 없어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자기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을 마련해보면 어떨까 해서 시작한 것이 무빙 갤러리에요. 특히 이번에는 (사)수성베네스트란 곳의 장애인 분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했어요. 비 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하는 행사를 개최하면서 장애인들과 미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작업을 하자는 의미에서 이름도 '모두의 전시’라고 지었어요.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미술 학도로서 꿈을 키우고 있을 때 전시를 하고 싶어도 높은 대관비 때문에 쉽게 할 수가 없었던 경험이 있어요. 그 때는 선배들도 다들 자기 작업을 하다 보니까 도움을 받기도 힘들었어요. 그러면서 나중에 내가 졸업을 할 때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꿈이었던 화가를 포기하고 지금은 화가를 꿈꾸는 작가들의 서포터를 해주려고 하고 있죠.



처음 시작은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요?

2010년도에 제가 영대 회화과 학회장으로 있을 때 계대 서양과에서 전시를 하자고 제안이 왔어요. 그래서 대구 지역 대학들 하고 안동대 등 모두 7개 미술학과 학회장이 모여 전시를 기획했죠. 처음엔 문화예술회관이랑 봉산문화회관을 알아봤는데 학생들에겐 공간을 내주지 않더라고요. 그때 중구에 삼덕맨션이라고 폐허를 얼마 남기지 않은 건물이 있었는데 운 좋게 거기서 건물 주인의 허락을 받고 전시회를 할 수 있었어요. 그게 무빙아트웍스의 시초입니다. 그 이후로 단체 이름이 ya(young arist)에서 yaaf(young artist art festival), 지금의 무빙아트웍스로까지 변했죠.



범어아트스트리트라는 곳에서 상시 전시회도 한다면서요?

범어 역 쪽에 10평 남짓한 공간이 있어요. 작년에 대구시가 문화 전시 활동을 하려 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고 공고가 나자마자 신청을 해서 4차 심사 끝에 얻은 공간이에요. 대구에선 신진 작가들이 무상으로 전시를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에요. 매일 전시(월요일 휴관)를 하고 있고 2주마다 작품이 바뀌어요. 관람료는 없고 언제든 오시면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어요.







혼자 하시긴 힘든 일이잖아요.
저 포함해서 졸업생 3명이 있고 10명 정도 미대생들이 더 있어요. 영대 계대 대가대 등 학교는 다양해요. 그 친구들은 자기 작품을 전시하기도 하고 야외행사를 함께 기획하기도 해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은 제가 거의 다 받아오고요. 대부분 학생들인 만큼 주된 일은 저랑 권용훈 팀장 등 졸업생이 주로 하는 편이에요. 권 팀장은 회사를 다니다가 관두고 왔는데 산업디자인 학과 출신이라서 책자 제작 등 모든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는 친구에요.



수익은 있으신가요?
이전까지는 저희 팀원들끼리 회비를 내서 경비를 충당했어요. 부족한 부분은 제 사비를 내서 했고요. 거의 봉사라고 생각하면서 일을 했어요. 저희 일로 인해 신진 작가들이 희망을 얻는다면 만족했죠. 근데 더 많은 신진작가들에게 더 큰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약간의 수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을 생각하고 사회적 기업 육성팀에서 지원을 받는 중입니다.



구상 중인 구체적인 수익구조가 있나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게 사회적 협동조합이에요. 이게 비영리 단체고 예술의 대중화를 모토로 일을 하는 만큼 수익 구조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작품 대여 사업이에요. 일반 렌탈과 조금 다른 점은 렌탈 비용을 후원 형식으로 받는 거에요. 그러니까 후원을 해주시면 저희가 작품을 렌탈해 드리겠습니다 라고 하는 거죠. 그럼 고객은 연말에 기부금 명목으로 연말정산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신진 작가들은 자기 작품을 전시 하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소비자는 비교적 싼 가격에 작품을 렌탈 할 수 있으니까 서로 이득인 거죠. 또 무빙갤러리 같이 거리 전시를 기획해서 시청이나 다른 단체의 지원을 얻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기억에 남았던 행사가 있나요?
제작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했던 무빙아트웍스의 첫 번재 무빙갤러리가 기억에 남아요. 15명의 팀원이 각자 작품 한 개씩을 들고 영하 18도의 날씨에 동성로로 나갔어요. 갤러리에는 사람이 잘 안 찾아오니까 우리가 직접 나가서 전시를 해보자고 해서 하게 됐죠. 그때는 빨간색 옷에 산타 모자를 쓰고 창피한 것도 없이 무작정 나갔어요. 다들 친구, 연인들이랑 놀때 우리는 시민들에게 문화 선물을 해보자는 생각에 브로셔 같은 핸드메이드 작품도 선물로 드리고 했죠.



다음 무빙갤러리는 언제 하나요?
10월 9일, 한글날에 동성로 대백 앞 야외무대에서 캠페인 식 전시를 할 예정이에요. 요즘 젊은 친구들을 보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엉망이잖아요. 학생들이 한글의 참된 의미를 알았으면 좋겠단 마음에 한글 캘리그라피를 전시해요. 요즘엔 문화예술 회관에서도 이런 캘리그라피를 전시하기도 하거든요. 하나의 예술로 보는 거죠. 외국인들도 이런 걸 굉장히 좋아하는 만큼 젊은 친구들과 외국인들에게 뜻 깊은 행사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앞으로 무빙아트 웍스가 어떤 단체로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나요?
대구지역에 있는 신진작가들에게 하나의 통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프로로 올라가기 전 단계쯤으로 성장했으면 좋겠고, 이뤄질진 모르겠지만 내 후년 쯤엔 지금 하는 무빙갤러리로 전국 투어를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부산에 가면 부산에 있는 신진 작가들과 작품을 섭외해서 전시를 하고 포항에 가면 포항 신진 작가들의 작품으로 전시를 하는 거에요. 저희 홍보도 하고 지역 작가들의 활발한 활동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생각하고 있는 목표이자 바람입니다.



취재|제원 · 편집|새봄



Posted by 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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