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버스킹의 초석을 다진 어쿠스틱 밴드,
오늘도 무사히 엄태현 정유진



'오늘도 무사히' 는 보컬 엄태현과 반주 정유진으로 이루어진 2인조그룹.

그들 스스로 ‘조용하고 우울하고 이별한 것 같이 슬픈’ 음악을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두 사람은 유쾌했고 즐거운 젊은이들이었다



오늘도 무사히 _ 오무히
안녕하세요. 그룹 소개 좀 해주세요.

오무히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엄태현입니다. 경북대 역사교육과 졸업생입니다.
키보드 치는 정유진입니다. 경북대 고고인류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어떻게 ‘오늘도 무사히’(오무히)라는 팀이 생겨난 건가요?
오무히 전에 2년 반 동안 ‘두 남자가 모자를 쓰는 이유’라는 밴드에서 활동했었어요. 그러다가 같이 하던 친구가 밴드에서 빠지면서 새로운 팀을 꾸리게 됐고 키보드를 쳐 줄 멤버가 필요해서 이 친구를 끌어 들인거죠. 그렇게 시작했어요.
원래부터 아는 사이였는데 선배의 여자친구 분 덕분에 이 일을 제의 받았어요. 처음에는 밴드를 한다니까 막연히 재밌을 거 같아서 시작했어요.



그럼 팀 이름은 왜 ‘오늘도 무사히’로 정해진 건가요?
데뷔하는 날에 점심을 먹고 가게에서 나오다가 제가 사고를 쳤어요. 그걸 보고 옆에 있던 친구가 ‘제발 오늘도 무사히...’라고 말한 데서 따왔어요.

그래서 오늘도 제발 무사히 공연을 잘 해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는 거에요. 제발 실수 좀 하지 말자고 이름에 간절한 염원을 담았어요.



보컬과 건반만으로 이루어진 음악을 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거예요?
첫 번째 이유는 다른 팀원을 구하기 힘들었단 거. 두 번째로는 건반을 중심으로 하는 버스킹 밴드가 잘 없으니까 우리를 차별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건반이랑 보컬 뿐이니까 노래가 좀 심심한 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매달 객원 멤버 한 명과 함께 공연하려고 해요.





오무히가 버스킹을 하는 이유.
버스킹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일단 해보면 정말 재밌어요. 일단 제약이 없잖아요.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고, 관객들이 호응 해주시면 그만큼 흥이 나기도 하고요.
무대 공연은 관객들이 기대하는 바가 있으니까 저희는 그걸 충족시켜줘야 하잖아요. 근데 버스킹은 우리가 그냥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관객들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가면 되니까 무대 공연보다 부담이 덜해서 좋아요.



오무히를 비롯해 버스킹 문화가 인기를 얻는데, 인기의 요인은 뭘까요?
사실 저희는 키보드 때문에 공연하는 데 제약이 많아서 버스킹을 잘 못 해요. 그런데 공연할 때마다 반응이 좋으니까 인기를 조금은 체감해요. 버스킹이 관객들이 밴드 바로 앞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말그대로 정말 생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저희 인기는...앞으로 얻고 싶어요.



활동 영역 안에 버스킹 정류장(Busking Stop)이라는 게 있던데, 소개 좀 해주세요.
8팀 정도 되는 인디밴드들이 모여서 우리를 좀 더 알려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프로젝트에요. 기본적으로동성로 매스커피 앞에서 플래시 몹을 하고 공연도 해요. 버스 정류장을 보면 버스가 언제 올 거라는 걸 알 수
있잖아요. 그것처럼 정해진 장소에 언제, 어떤 버스킹 밴드가 올 지 사람들이 기대하게 만드는 거에요. 대구 안에 일종의 버스킹 존(zone)을 만들어버리는 거죠.



버스킹 공연이 거리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예기치 못한 상황도 발생할 것 같아요.
일단 키보드가 무거워서 힘들어요. 설치하는 것도 힘들고요. 겨울에는 바람 불어서 악보가 넘어가고 키보드까지 흔들리고...여름에는 더워서 힘들고...참 계절을 많이 타죠.
저희는 주로 조용한 노래를 해서 버스킹 중에 큰 사건이 발생한 적은 없어요. 근데 다른 밴드들은 주변 상가에서 시끄럽다고 쫓아내고 그랬다더라고요. 취객이 와서 팁 박스*를 노린 적도 있다고 하고요.
(*팁 박스:버스킹 밴드가 공연할 때 관객들이 팁을 넣어주는 박스)



지금까지의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요?
‘꿈을 주는 선물’이라는 공연이었는데, 큰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었어요. 무대도 웅장하고 키보드가 아니라 피아노로 공연을 해서 느낌이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공연 취지도 좋으니까 더욱이 공연하기에 좋았고요.
‘하쿠나 마타타’라는 공연이었는데, 그때 당시에 우리끼리 호흡이 진짜 안 맞았어요. 정말 노래가 시작되고 처음부터 보컬과 반주가 막 어긋나기 시작하더니 그게 노래 끝까지 가더라고요. 그 때 관객들이 중·고등학생들이었는데 노래가 이상한 거 알면서도 박수를 많이 쳐줬어요. 진짜 고마웠어요.



무대 공연과 버스킹은 어떤 차이가 있어요?
버스킹은 자유로우니까 유동적인데, 무대 공연은 연출자의 의도라는 게 있어서 자유로움이 덜 한 것 같아요. 그 의도를 충족시켜야 하니까. 그리고 버스킹 보다는 무대 공연을 많이 해봐서 그런지 무대 공연이 좀 더 안정적으로 잘 되는 편이에요.





뮤지션이란 무대에서 인디밴드의 자리.
인디밴드로 활동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은 없으세요?
8월 9일에 대백프라자 앞에서 공연 할 때 있었던 일*이 열악한 대우를 단적으로 보여주죠. 방송국 생각은 메이저 가수들을 부르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고, 그렇다고 밤 무대 가수를 부르기에는 공연 취지랑 어긋날 것 같고. 값도 싸면서 적당하게 부려먹기 좋도록 저희 같은 인디밴드들을 부른 거죠. 그 방송국 사람이 참 예의가 없었고 배려도 부족했는데, 그게 우리의 문화 위상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당시 공연을 기획한 TCN 방송국의 한 촬영 감독이 공연 중인 오무히에게 반말을 하면서 무례한 태도를 보인 일로, 페이스북의 오늘도 무사히 페이지에 자세한 일화가 공개되어 있다.)


그리고 이시아 폴리스 CGV에서 정기 공연을 하는데 시간 당 페이를 받아요. 그런데 그 돈이 알바 치고는 괜찮은 보수일 지 몰라도 저희는 특수 노동을 한다고 생각해서 좀 더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희는 그런 요구를 말할 수가 없는 입장인 게 문제죠. 유명한 아이돌 가수도 아니고 내놓을 만한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CGV 측에서는 언제든 우리가 아니라 다른 가수를 쓸 수 있잖아요. 그래서 항상 빚지고 공연하는 느낌이에요. 공연하게 해달라고 부탁해서 겨우하는 느낌.



그럼 반대로 좋은 점은 없어요?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 잘하는 걸 할 수있다는 게 제일 큰 장점이에요.
어쨌거나 음악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음악을 놓지 않을 수 있다는 거 하나만 보고 이걸 하는 거죠.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때요?
무대 공연을 할 때는 페이를 받아요. 그런데 버스킹할 때는 팁 박스를 잘 안 꺼내놓는 편이에요. 가끔 자선공연을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주최사에서 페이를 주겠다고 해도 저희가 취지에 어긋나게 행동할 수 없으니까 그 돈을 안 받기도 해요.
CGV에서 공연 하면서 돈을 버니까 지금 당장은 그런 공연에서 굳이 돈을 받아낼 이유가 없는 거죠. 사실 CGV 공연에서 버는 돈도 큰 금액은 아니지만요. 음악만으로 먹고 살기는 힘들죠. 다른 알바와 병행해야만 생활이 될 거에요.



밴드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분이 좋았던 순간이 있었다면요?
공연을 많이 하면서 더러운 일도 많이 겪었어도 가끔씩 관객들이 진심으로 호응해주시고,좋아해주시고, 선물까지 주실 때는 진짜 기분 좋아요.‘아, 그래도 내가 이 사람들한테 행복감을 줄 수 있구나.'싶어요.
공연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타고 저희 안에서 호흡이 착착 맞을 때가 있어요. 사람들이 ‘오늘은 다르게 들리더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가 좋았어요. 그리고 선배가 워낙에 배려를 많이 해주세요. 다른 밴드 같으면 보컬이 중심에 있고 반주자한테 보컬에 맞춰 달라고 요구를 많이 해요. 그런데 선배는 저한테 항상 맞춰 주고 대우해주는 것 같아요.
보컬 혼자서는 공연이 불가능해요. 반주자가 없으면 보컬이 있을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세션 밴드한테 정말 고마워요. 내가 존재할 수 있게 만들어주니까.



반대로 이 활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나요?
저는 고비가 일찍 왔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공연을 하니까 과제에, 수업에, 공연까지 겹쳐서 부담이 확 오더라고요. 그 외에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결국 휴학을 하면서 고민이 해결 됐죠.
사실 제일 견디기 힘든 게 회의감이에요. 지금 나이가 26살인데 이제야 음악을 시작했잖아요. TV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참가자들 나이가 다 10대던데 정말 잘 하잖아요. 그런 걸 볼 때면‘ 나는 너무 늦은 게 아닐까?’생 각이 들죠. 그리고 내가 음악을 스스로 선택했고 그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데 왜 그만큼 열심히 하지 않는 건지 스스로 답답함을 느껴요‘. 어쩌면 내가 음악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냥 따분한 생활에서 벗어나려고 도피처로 이용하는게 아닐까?’하 는 생각도들어요. 따지고 보면 게으름이 문제네요.



최근에 홍대에서 버스킹 밴드를 잡상인으로 여기고 물러나라고 요구했다는 기사가 나왔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각하께서는 왜 그러실까요?
홍대를 생각하면 자유, 젊음을 생각하는데, 그런 곳을 막아버리면 우리의 욕구를 아예 차단해버리는 행위인 것 같아요. 문화로 소통하고 싶어서 버스킹 문화가 생겨난 건데 그걸 가로막으면 안 되잖아요.
솔직히 말해서 우리를 노래하는 거지로 보는 거죠. 그렇게 인식하는 걸 보면 현 정부의 인식이 그 수준밖에 안 된다는 거죠. 그들이 생각하는 예술이나 문화는 비싸고 우아한 거니까요.




오직 대구에서 연주하고 노래하면서
그럼 앞으로 버스킹 밴드(문화)가 나아갈 길은 어떤 걸까요?
첫 번째로 버스킹 밴드들 간의 협동심을 높일 수 있는 연합 단체가 필요한 것 같아요. 뮤지션으로 대우해 달라고 말하려면 그만한 힘이 있어야 하니까요. 두 번째로 버스킹 존이 여러 군데 생겨야 할 것 같아요. 공연할 장소가 없으면 공연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세 번째로는 공연장과 밴드 간의 연합 관계가 필요할 것 같아요.
예술을 하려면 서울로 가야한다고 다들 말하잖아요. 그런 것에서 벗어나서 시야를 좀 더 넓혀서 내가 사는 지역를 좀 더 살려보자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먼저 터를 깔고 자꾸 물을 주고 볕을 쬐고 키워나가면 잘 될 것 같아요.
여기에서 충분히 실력을 키운 뒤에 올라가도 되죠.





오무히의 목표와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요?
자작곡을 만들고 싶어요. 올해 안에 한 곡이라도 만들어서 디지털 싱글이라도 내고 싶어요. 반주 실력도 갖추고 싶어요. 그리고 월 수입으로 딱 백만 원만 찍고 싶어요. 생활이 아니라 생존을 위헤서. 나중에는 임정득 씨 같은 민중가수가 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영향력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싶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북문이 좀 깨끗해졌으면 좋겠어요. 항상 의문이 드는데요, 우리가 항상 쓰는 장소인데 왜 그렇게 오염시키는 건지 모르겠어요. 바람 불 때 쓰레기 냄새가 좀 안 났으면...



마지막으로 한마디!

10월 4일 저녁 6시부터 시작하는 공연이 하나 있어요. 경북대 학생회에서 주최하는 가을 공연인데 저희 뿐만 아니라 다른 버스킹 밴드들도 참여합니다. 그리고 10월 8일 저녁에 동성로 중앙무대에서 김광석 다시 부르기 가요제도 열릴 거예요. 아니면 이시아폴리스 CGV에 찾아오셔도 되고요.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공연도 많이 보러 와주세요.



글ㅣ가인    편집|은민   캘리ㅣ김정현


Posted by 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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