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포니
편집. 미경

 

 

평화로운 어느 날, 미지의 생명체가 인간 세계에 침투한다. 그 생명체는 인간의 뇌를 뚫고 들어가 장악한다. 인간의 몸에 기생하며 동시에 인간의 몸으로 일종의 ‘보호색’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들을 기생수라 부른다.

 

 

 

 

기생수들은 인간을 잡아먹음으로 생존하고 동시에 인간 종의 개체수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인공 신이치의 몸에 침투한 기생 생물은 뇌까지 점령하지 못하고 오른팔만 장악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인간적으로 사망한 것과 다름없는 다른 기생생물과는 달리, 신이치의 몸에는 사이좋게 한 몸에 두 생명이 공존하게 된다. 기생수들은 가정에서 학교로, 사회로 활동반경을 넓혀간다. 신이치의 엄마가 죽고 신이치를 짝사랑했던 친구가 죽는다. 그것을 계기로 강해진 신이치는,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기생생물과 싸울 것을 다짐한다.

가장 압도적인 힘을 지닌, ‘끝판 왕’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신이치는 생각한다. 자신에게 정의란 인류구원도, 여러 생물들과의 공존도 아닌 주변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란 것과 그리고, 지구의 생명으로 ‘함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허락한 적도 없는데 멋대로 지구의 주인이 되어버린 인간들. 인간이라는 종의 수를 줄이려는 기생수를 인간들은 ‘적’, ‘살인귀’, ‘침략자’라고 부른다. 인간의 수를 줄여 독과 오염과 파괴를 막는 것. 그리하여 인간 중심의 지구가, 모든 생물 중심의 지구가 되었으면 하는 게 기생수의 바람 vs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무차별적인 살육을 저지르는 괴생명체들을 제거하고 평화를 되찾는 것. 그리하여 원래의 리듬을 유지하며 지구의 주인으로써 권력과 일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인간의 바람. 아무튼 입장 차이 때문에 밥그릇 싸움하는 건 여느 생물이나 다를 바가 없다.

 

 

 

사실 우리 모두는 기생수가 아닐까. 결코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함께 살 부비고 이야기 나눌 공간이 필요한. 그 공간을 포근히 만들어 줄 또 다른 생물과. 우리가 포근하게 만들어줘야 할 또 다른 생명들. 더불어 사는 것. <함께>라는 것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아닌 ‘모든 것들’, 그것들과 함께 숨 쉬고 낡아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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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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